블로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 필자는 가방끈이 긴 공학박사 입니다. 박사가 되는 과정에서 느낀 대학원 진학 전후에 느끼는 대학원에 대한 오해와 더불어,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 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
우선 필자는 공학 박사 입니다. 통칭 하여 이공계로 묶어서 말하므로 이공계 대학원 진학에 대한 내용에 대한 부분이 궁금하시다면 제 글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제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도 있으니 참고 수준에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하는 흔한 착각 부터 시작하여 실제로 대학원에 가면 배울 수 있는 것들, 그리고 대학원을 나오고 나면 좋은 점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대학원에 대한 착각
대학원에 대하여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은 바로 대학원이 최신 학문 또는 기술에 대하여 배운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대학교 학부 과정을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에 대하여 물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학부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해서 배우고 싶다는 것 입니다. 그 외에도 대학교 네임밸류가 높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스펙을 쌓고 싶다는 학생도 있고, 취업하기 전에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 대학원에 가서 생각좀 해보고 싶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도 공통적으로 하는 대답이 바로 최신 기술을 배워서 학부 과정 때 배운 것들을 심화 해서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원은 최신 기술과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최신 학문, 기술은 오히려 취업을 해야 배울 수 있는 경우가 더 많이 있습니다. 특히 공학과 관련된 기술 분야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 실망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가장 크게 실망하게 되는 점이 교수님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부분입니다. 학부생이 수업듣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교수님과, 대학원생이 되어 만나는 교수님은 전혀 다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학부생때는 교수님에게 지식을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교수님이 정말로 아는 것도 많고, 설명도 차근차근 잘하며, 최신 학문과 기술에도 능통한 팬시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교수님이라면 내 미래를 책임져줄 수 있는 인격자이자, 학자라고 생각하며 진학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대학원에 진학하고서 만나는 교수님은 최신 기술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먼저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연구 진행을 위해서 대학원생 스스로 최신 학문과 기술에 대하여 공부하고 정리해서 지도 교수에게 설명해 줘야 하며, 그렇게 해도 교수는 잘 이해를 못해서 학생을 열받게 만드는 존재로 변신합니다. 사사건건 내가 하는 말에 트집을 잡는 트집쟁이 교수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트집쟁이 교수님이 잘못하고 있는 교수도 아니고,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닙니다. 진학을 한 학생이 대학원에 기대하고 있는 것과, 실제 대학원의 현실에 괴리가 있었을 뿐입니다. 다음 문단에는 실제의 대학원은 어떤 곳인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실제 대학원에서 배우는 것
사실 실제로 대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하여는 앞선 글에서 거의 다 적어 두었습니다. 바로 최신 학문과 기술에 대하여 스스로 공부하고, 이것을 교수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거쳐온 이 설명하고 이해시켜서 교수가 납득할 만큼 설득 시키는 것, 이 일련의 과정이 바로 연구 입니다. 대학원은 연구를 배우는 곳입니다.
연구란 어떤 사물, 현상을 깊이 조사하고 생각하여 이치나 진리를 밝히는 일을 말합니다. 연구의 과정에 있어서 사물, 현상을 깊이 조사하면서 대학원 학생들은 최신 기술과 학문을 습득하기도 합니다만, 반대로 최신 기술과 학문이 별것이 아님을 깨닫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깊이 조사하는 과정입니다. 이 깊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기도 하며, 기존 기술, 학문의 문제점을 찾고 개선방향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새로운 발견, 또는 개선점을 검증하여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주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이라면 주로 실험을 통하여 자신의 주장을 검증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게 됩니다. 주로 설득의 대상은 지도교수가 됩니다.
지도교수는 학생의 실험내용과 주장으로 그렇게 쉽게 설득이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지도교수는 학생들보다 최신 기술에 대하여 잘 모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자세히 짚어가면서 설명해주지 않으면 설명하는 바를 이해할 수 가 없습니다. 심지어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왜 이런 실험을 하고 왜 이렇게 하면 기존 학문 대비, 기술 대비 좋아지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설득시키고자 하면,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말하는 바를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어떨 때는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학원 학생들은 다시 한번 지도교수를 설득할 실험을 준비하고 논리적으로 이를 풀어내어 교수에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다시 반박당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면서 결국 교수를 설득하고, 이를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글을 쓰게 됩니다. 이것이 논문입니다. 이렇게 문제를 발견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글로 풀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지도교수가 가진 논리력을 배우게 됩니다. 결국 대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연구하는 방법, 그리고 나의 주장을 다른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력을 배우게 됩니다.
대학원을 나오면 좋은 점
대학원을 나오면 좋은 점은 첫 번째로는 정신적 성숙 입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특히 박사 졸업을 한 사람들은 멘탈이 엄청 딴딴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됩니다. 논리적 사고를 습득하기 위하여 지도교수에게 나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당하며 실패를 거듭 경험하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이 과정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나의 길을 가고, 나의 문제를 나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나의 논리로 남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멘탈을 습득하게 됩니다. 어지간한 실패로는 넘어지지 않는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대학원을 나오면 좋은 점 두 번째는 논리력의 향상입니다. 남들에게 우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남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할 수 있는 논리력을 갖추게 됩니다. 대학원 졸업 이후에 회사를 다니게 되건, 연구소에 가게 되건간에 몸에 체득된 논리력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는 나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대학원을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능력있는 사람 소리를 듣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배워야 할 논리력을 제대로 습득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성실함을 갖췄을 때를 전제로 합니다.
여기 까지 대학원에서 실제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모쪼록 여러분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고 지도교수님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논리력을 잘 키워줄 수 있는 분을 만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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