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박사과정 대학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졸업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대학원을 탈출해서 박사타이틀을 달고 살고 싶어 합니다. 졸업 연구를 빨리 진행하고 대학원을 탈출해야 하는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있어서 쉼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봅시다.
대학원 생활의 특징
대학원 생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언제 졸업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대학원을 다녀보지 않은 분들은 석사 2년 박사 4년 과정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장 조건에 불과합니다. 대학원 생활의 가장 어려운 점은 졸업 시기는 오직 나의 지도교수만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합니다. 지도교수의 허락 여부에 따라서 박사과정의 경우 최장 10년까지도 연장이 되기도 합니다. 대학원 졸업을 위해서 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에게 졸업시켜 달라고 말하기 위해서 대학원생들은 연구결과인 논문을 들고 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원생들의 관심은 온통 졸업연구에 가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하루에도 열 번씩 졸업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졸업이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대학원 생들은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지도교수의 노예로 산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졸업연구를 위한 실험을 하고 논리를 짜야하는데 지도교수가 주는 업무들이 따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연구과제의 제안서 작성, 연구과제 결과 보고서 작성, 지도교수의 수업 조교 업무, 연구과제 비용 처리 등 정말 다양한 업무들이 있는데, 대학원생들은 이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자신의 졸업이 늦어진다고 느끼게 되며 이런 일들을 '잡무' 또는 '잡일'이라고 폄하합니다. 사실은 대학원 생활에서 이런 일들을 통하여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지만 이는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대학원생들은 이런 일들을 하면서 자신의 졸업연구에 집중하지 못하여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주어진 업무 시간에는 자신에게 할당된 잡무를 해결하고, 졸업연구를 위한 논리설계 및 실험은 야간에 진행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연구실에서 밤새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습니다. 문제는, 이 대학원 생활이라는 게 한두 달 하고 끝나는 단기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석사과정은 2~3년 정도 걸리며, 박사과정 대학원 생활은 정상적이라면 4년이고, 길게는 10년까지도 걸릴 수 있는 장기 전입니다.
대학원 생활에서 쉼의 중요성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대학원생들의 마음이 얼마나 편협해지기 쉬운지 이해가 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실험에 몰두하면서 '나는 열심히 하고 있으니 잘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생활이 반복이 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가장 먼저 문제가 오는 곳은 정신적인 부분입니다. 인간의 뇌가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기능을 정지하게 됩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오는 등 정신적인 이상이 시작됩니다. 필자의 경우에는 심각한 불면증을 겪었습니다. 해가 뜨고 난 뒤에 잠이 들지만 그마저 깊은 잠은 자지 못하여 항상 예민하고 날카로운 상태여서 인간관계가 모두 무너져 버리는 것을 경험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관심은 온통 졸업에만 가 있으니, 졸업이 늦어지는 원인이 지도교수라는 생각에 지도교수를 향한 원망과 미운 마음으로 제 속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정신적인 부분이 무너지면 신체적인 이상도 찾아옵니다. 제 경우에도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심각한 편도염이 와 입원치료를 했었습니다. 실제로 대학원생들 중에는 젊은 나이부터 성인병(대사증후군)을 앓는 비율이 높은데 대부분이 스트레스가 원인이 됩니다.
제 경우에는 몸도 마음도 다 힘들어 본 다음에, 하루에 2시간씩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3년 정도 주짓수라는 운동을 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기왕 운동을 할 거면 아주 힘들게 하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몸이 힘들면 마음에 어려운 부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불면증이 사라졌습니다. 몸이 힘들어서 잠이 든 것도 있지만, 나의 현실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꼭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힘든 현실이 생각나지 않는 활동이면 좋습니다. 제 대학원 동기 선후배들은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고, 랩을 하러 다니는 사람도 있고, 그림을 그리러 다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대학원 생활과 나를 격리시키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쉼이라고 생각하면 떠올리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만 대학원과 나를 격리시키는 것이 일종의 정신적인 쉼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결국 마음도 몸도 망치기 전에 대학원생들이 해야 하는 일은 쉬는 것입니다. 쉬지 못하면 마음속에도 나쁜 생각들이 들어옵니다. 제 경우에도 교수를 향한 미운 마음이 가득했었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자연히 연구도 잘 되지 않습니다. 집중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적절히 잘 쉬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도 이롭지만, 연구 능력에도 좋습니다. 쉼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와 같습니다. 그렇다고 쉬기만 하면 영원히 졸업 못하고 쉬는 경우가 되기도 합니다만, 쉬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한다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게 됩니다.
10년 넘도록 연구를 업으로 삼아 오면서 깨닫게 된 것은 무조건 자리에 앉아서 좋은 생각이 나오라고 노력한다고 해서 좋은 생각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좋은 생각이란 결국 내가 해온 일들을 잘 정리해 두면 그를 기반으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나를 돌이킬 시간이 절대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무조건 밤을 지새우면서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밤을 새우면서 연구실에 앉아있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만족감뿐입니다. 쉬다가 보면 연구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도 생각납니다. 인간의 뇌라는 게 참 신기한 것이 꿈을 통하여 뇌에 들어찬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 쉬고 나면 오히려 연구에 도움이 되는 실험 방법과 논리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대학원 진학을 위해 고민하는 분들 또는 지금 대학원생인 분들일 것입니다. 저처럼 몸도 마음도 망쳐보기 전에 연구하면서 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길을 가고 있지만 가치 있는 길을 가고 있는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연구, 대학원, 논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공계 논문 잘 읽는 법 (0) | 2023.01.12 |
---|---|
대학원 진학하는 이유, 대학원에서 배우는 것 : 논리의 향상 (0) | 2023.01.09 |
댓글